(시사저널=모종혁 중국 통신원)
3월28일 대만 경제부는 '최근 몇 년간 대만과 한국 경제무역의 비교 분석'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 다분히 한국을 겨냥한 보고서다. 대만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성장률이 3.2%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의 2.5%보다 높은 수치다. 양국의 1인당 GDP는 2024년 한국 3만6113달러, 대만 3만3983달러다.
대만 경제를 견인한 것은 고정자산투자와 민간소비였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평균 고정자산투자 4.5%, 민간소비는 2.5% 성장했고, 수출은 2.3% 늘어났다. 그에 반해 한국은 평균 고정자산투자 2.5%, 민간소비는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은 3.2% 성장했다.
엘지유플러스 주식 고정자산투자로 같은 기간 대만의 제조업은 4.8% 성장했으나, 한국은 4.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대만에서 제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2%로, 한국의 28.8%보다 높았다. 제조업이 기여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한국이 202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었지만, 대만은 계속 증가해 2024년 34.8%에 달했다. 대만의 제조업
성우하이텍 주식 투자와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반도체와 전자다. 2023년 대만 제조업의 부가가치에서 반도체와 전자의 비중은 무려 57.5%를 차지한다. 한국(23%)의 2.5배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3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왼쪽)과 만
코스닥유망주 나 TSMC의 100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DPA 연합
美 엔비디아가 찾고 원하는 대만 반도체
대만의 수출을 주도하는 산업도 반도체와 전자다. 1월9일 대만 재정부가 발간한 '2024년 세관 수출입 무역 잠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대만의 전체 무역수지는 8694억 달
주식투자강연회 러였다. 수출 4750억 달러, 수입 3944억 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9.9%, 12.2% 증가했다. 이렇듯 대만에 806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줬던 효자 산업이 반도체와 전자다. 대만은 단일 품목으로 반도체만 1650억 달러를, 전자제품 및 관련 부품은 1447억 달러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의 64%가 반도체와 전자제품 및 관련 부품이다.
동아엘텍 주식 대만의 수출 대상국에서 중국, 홍콩과 미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2024년에 중국 및 홍콩은 31.7%, 미국은 23.4%에 달했다. 한국이 중국 및 홍콩은 24.6%, 미국은 18.7%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다. 그동안 한국은 대중 수출은 조금씩 줄였고 대미 수출은 늘렸다. 그러나 대만은 대중 수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미 수출은 대폭 늘렸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의 연평균 대중 수출은 1.6%, 대미 수출은 12.3% 증가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연평균 대중 수출이 –0.3%였고 대미 수출은 6.2% 증가했다.
달리 주목할 점은 대만의 대중, 대미 수출의 주요 품목이다. 2024년 대만의 대중 수출은 806억 달러에 달했는데, 그중 반도체와 관련 제품의 비중이 60.8%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은 464억 달러에 달했고, 전자제품과 관련 부품의 비중이 61%를 차지했다. 이런 현실로 인해 대만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이는 한국의 36.3%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대만이 중국과 함께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컸다. 그 이유는 트럼프의 말과 인식에서 비롯됐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 내내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빼앗아갔다"고 주장했다. 대선후보로 지명된 직후에는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간 대만은 엄청난 부자가 됐다"며 "대만은 방어를 해준 미국에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또 "대만은 미국에서 9500마일 떨어져 있다"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는 게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트럼프의 생각은 더욱 구체화했다. 2월13일 "반도체는 대부분 대만에서 생산된다"면서 "우리에게 인텔과 같은 위대한 회사가 있다. 우리는 그 사업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TSMC가 나섰다. 3월3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만났다. 그리고 향후 1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웨이 회장은 트럼프와의 기자회견에서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5개의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 회장은 TSMC의 대미 투자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20년 시작됐던 점을 언급하며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 투자는 모두 1650억 달러가 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며 환영했다.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자 시스템반도체 제조사다. 1월16일 발표한 2024년 법인 설명회는 TSMC의 규모와 위상을 보여준다. 작년 TSMC의 매출은 2조8943억 위안(약 127조원)으로 전년 대비 33.9%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조4058억 위안(약 62조원)으로 43.6%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45.2%에 달했다. 전 세계 반도체 회사 중 TSMC의 영업이익률과 견줄 수 있는 곳은 엔비디아밖에 없다. 이런 실적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에서 비롯됐다.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DPA 연합
'첨단 공정은 자국에서' 원칙 깬 대만의 속내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TSMC가 67.1%로 이전 분기보다 2.4%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위 삼성전자는 8.1%로 이전 분기보다 1% 하락했다. 3위 중국 SMIC 6.0%(0.5%↓), 4위 대만 UMC(0.4%↓), 5위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0.2%↓)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TSMC가 절대적으로 시장을 점유하는 이유는 AI 반도체를 구현하는 최첨단 공정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과 양산 규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 세계 빅테크들은 최첨단 3나노미터(㎚=10억분의 1m) AI칩 제조를 TSMC에 의뢰한다.
2024년 법인 설명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매출에서 6%에 불과했던 3㎚ 공정은 지난해 18%로 비중이 확대됐다. 4~5㎚ 공정도 33%에서 34%로 늘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52%를 차지하는 최첨단 반도체의 판매 증가로, TSMC는 영업이익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앞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의 고정자산투자를 이끈 핵심 주역도 TSMC다. 반도체는 기술과 자본이 모두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할 때마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TSMC가 향후 미국에 투자하는 1000억 달러도 이런 속사정 때문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TSMC의 대규모 대미 투자는 대만 내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TSMC가 '대만의 수호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만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TSMC의 시가총액은 대만 주식시장의 34%를 차지했다. 2015년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28조3048억 위안(약 1245조원)에 불과했으나, 2024년 말에는 81조6717억 위안(약 3593조원)으로 약 3배로 증가했다. 그로 인해 대만 증시의 시가총액은 한국을 뛰어넘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한 기업이 TSMC다. 2015년 말 TSMC의 주가는 143위안(약 6292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4년 말에는 1075위안(약 4만7300원)으로 무려 651%나 급등했다. 그에 반해 삼성전자는 2만5200원에서 5만3200원으로 111% 상승했을 뿐이다. 대만이 작년에 수출한 반도체 1650억 달러어치 중 절반 이상을 TSMC가 담당했다. 대만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는 기업도 TSMC다. 따라서 대만 산업계와 학계는 최첨단 공정을 자국에 두는 TSMC의 'N-1 나노 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한다. N-1 나노 원칙은 최첨단 반도체는 본사와 연구개발시설이 모여 있는 대만에서 먼저 양산하고, 이 반도체가 구형이 됐을 때는 해외로 옮기는 것이다.
대만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 위치한 TSMC 로고 ⓒAP 연합
중국의 희토류 통제, '관세 전쟁' 전선 바꿔
현재 TSMC는 가장 앞선 3㎚ 공정을 대만 신주(新竹)에 두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자리한 공장에서는 4㎚ 공정으로 웨이퍼를 생산한다. 원래 TSMC는 대만 정부가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따라서 그동안 N-1 나노 원칙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보호와 성장을 위해 절대 깨질 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AI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계속 압박하면, TSMC로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사실 TSMC가 향후 대미 투자 확대를 결정하게 된 것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미국 내 수요 증가를 지금의 생산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월6일 웨이저자 회장은 대만에 귀국해 라이칭더 총통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했다. 웨이 회장은 "현재 미국 고객의 수요는 매우 크다"면서 "이번에 투자하기 전에 많은 분석을 하고 고객과 소통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서 "내후년에 건설할 생산라인까지 주문이 밀려 있다"면서 "폭증한 수요를 맞추려면 올해 대만에도 11개 신규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기에 미국 투자가 대만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인 2㎚ 반도체에는 엔비디아, AMD 등 미국 빅테크의 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주목할 점은 대만 정부의 태도다.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듯 TSMC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를 앞세워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애초 미국은 대만에 32%라는 높은 상호관세율을 부과했다. 하지만 4월9일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에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라이칭더 총통은 4월12일 "대만이 미국 정부와 처음으로 협상한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14일에도 "미국과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이번 도전을 기회로 바꿔 '대만+미국'의 새 구도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의 이런 자신감은 미·중 관세전쟁의 상황이 변화하는 데서 나왔다. 4월12일 미국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조치의 가장 큰 수혜는 중국과 대만이 받는다. 또한 4월9일부터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관세전쟁의 전선이 바뀌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대만은 희토류를 매개로 미국과 손잡고 공급망의 반중(反中) 전선을 꾸리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트럼프 집권 2기의 피해자에서 오히려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