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광주 동구 충장로5가 광주극장의 유일한 상영관 내부 모습. 전지현 기자
문화부에 와서는 부쩍 오래 살아남은 공간들에 눈길이 간다. 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들을 숱하게 봐서일까. 땅값과 임대료가 분명 숨통을 조를 텐데도, 가치 있는 공간을 일궈보려는 노력에 마음이 간다.
어느 술자리에서 “광주에 극장이 있는데, 내년에 100주년인가 그렇대…”라는 광주광역시 출신 지인의 말이 귀에 꽂힌 건 그래서다. 요즘 같은 시대에 100년이 다 돼가는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극장이 있어? 집에 가는 길에 ‘광주, 극장, 100년’을 검색했다. 어라, 100년은 아니고 올해가 90주년이란다. 지인은 “100주년을 준비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숫자를 착각한 모양이었지만, 뭐. 90년도 이미 귀하다. 극장에 대한 궁금증에 지난 10월 26일 출장을 떠났다. 광주 동구 충장로5가 광주극장으로.
생각보다 좁은 골목에 예
황금성오락실 상보다 큰 건물이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자,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이라는 설명에 걸맞게도 4층짜리 건물은 회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내걸어둔 알록달록한 영화 손간판만 아니었다면, 그냥 상가겠거니 싶었을 것 같다.
내부로 들어서니 비로소 오래된 영화관처럼 보였다. 학교 복도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바닥에, 나무와 가죽으로
사이다릴게임 된 대기 공간, 거대한 스크린 하나만을 앞에 두고 2층까지 자리한 객석까지. 수십 년 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풍경은 따뜻한 안정감을 줬다.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분류되는 이곳에서는 하루에 4~5편의 독립·예술 영화가 상영된다.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는 이곳이 어떻게 유지돼왔을까,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 때 한 관객을 만났다. 피터 그리너
백경릴게임 웨이의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1990)를 보고 나온 정애화씨는 “극장에 자주 오냐”고 묻자, 극장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어요. 40년 넘게 다닌 거죠. 멀티플렉스 가서 뭘 볼까, 고민할 필요 없이 여기 와서 5편을 보면 90%는 성공이에요. 영화 자체가 좋으니까. 이다음 타임 영화도 볼
바다이야기고래 예정이에요.” 누군가 물어보면 늘 대답을 해온 듯 막힘 없는 소개였다.
정씨는 실제로 “광주극장에 한해서는 내가 홍보대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화를 볼 거면 광주극장에서 보라고 주변에 입이 닳도록 말하곤 했다는 그에게선, 아끼는 공간이 덜컥 사라질까 전전긍긍했던 세월이 보이는 듯했다. 그래도 그는 최근 광주극장이 <폭싹 속았수다>의 극장 아르바이트생 금명(아이유 분)과 화백 충섭(김선호 분)이 일하던 ‘깐느극장’의 배경이 되면서는 한시름을 놓았다고 했다. “내가 아니어도 많이 오니까 더는 홍보를 안 해도 되지 싶어요.”
이런 작은 마음이 모여 공간은 이어져왔던 게 아닐까. 기실 재정난을 겪고 있던 광주극장은 ‘100년 극장 꿈을 응원해달라’며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2023년부터 모금을 받았다고 한다. 2억원 넘게 모인 모금액으로 최근 영사기 등을 새로 교체했다.
나한테도 이렇게 아끼는 공간이 있던가. 내가 지금 아는 공간 중 10년, 20년을 버텨줄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물론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오래 추억할 공간들이 남아주기를. 광주극장이 10년을 더 버텨 무사히 100주년을 맞기를. 오래된 것들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길 바라며, 광주를 떠났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