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제공
‘구인두’는 우리 목 안쪽, 손가락으로는 닿지 않을 듯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입에서 넘어온 음식과 코로 들어온 공기가 한데 만나는, 몸속의 ‘교차로’ 같은 공간이다. 음식을 삼킬 때 길을 열어주고 말할 때 울림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구조물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연구개(물렁입천장), 구개편도(흔히 말하는 편도선), 목젖, 혀뿌리, 인두 뒷벽 등이 모여 있다.
보통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해 편도선이 붓는 흔한 염증이 생기는 곳으로 알고 있지만, 여기에도 악성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최근 편도와 혀뿌리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등 목구멍 깊은 곳에서 발생하는 구인두암이 빠르게 늘고 있다.
60살 미만 HPV 환자 증가 추세
구인두암 중 가장 흔하게 생기는 것은 편도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1999년 136명이던 편도암 신규 환자는 2020년 618명으로, 20여 년 사이 4.5배 가까이 치솟았다. 연령 보정을 해도
야마토릴게임 뚜렷한 오름세가 유지됐다. 특히 다른 두경부암이 주로 60~70대에 집중되는 것과 달리 편도암은 50대에서 가장 흔했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과거 구인두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과 음주였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새 원인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국내 8개 기관이 참여한 후향 코호
바다이야기게임기 트 연구(2008~2020)에 따르면, 구인두암 환자 중 HPV 양성 비율이 급증했다.
2008~2009년 33.3%에 불과했던 비율이 2020년에는 80%까지 뛰어올랐다. 불과 10여 년 만에 환자군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그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60~70대의 흡연·음주 경험이 많은 고연령층 환자가 주류였지만, HPV와 관련된 구
무료릴게임 인두암은 40~50대 남성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적 흐름도 비슷하다.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에 게재된 2017년 분석에서는 HPV 연관 암(대다수가 구인두암)의 발생률이 백인 남성 60~64살에서 가장 높았으며, 젊은 남성층(40∼60살 미만)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바다이야기부활 “HPV 감염이 구강 성접촉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 행동 요인과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며 “젊은 층에서의 확산이 새로운 역학적 전환점”이라고 설명한다.
말하기나 호흡에도 영향…“치료 후 삶의 질 고려해야”
구인두암은 혀뿌리나 편도 등에 혹이 생기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렵고 목의 통증·이물감 등이 나타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 말하기나 호흡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진단은 내시경과 조직검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데, 치료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이 병기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다행히 최근 늘고 있는 HPV 양성 구인두암은 치료 반응성이 높아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K. 키안 앙 박사 등의 ‘사람유두종바이러스와 구인두암 환자의 생존율’ 연구에 따르면, HPV 양성 두경부암 환자의 3년 생존율은 82.4%로, HPV 음성군(57.1%)을 크게 앞질렀다. 연령, 인종, 병기, 담배 노출 등을 조정했을 때 HPV에 감염돼 암이 생긴 경우는 사망 위험이 5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암연구저널(BJC)의 자매지인 ‘BJC Reports 2025’에 실린 5년 추적 연구에서도 결과는 일관됐다. HPV 양성 환자는 5년 동안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무병 생존율)이 63.9%로, HPV 음성군(26.1%)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5년 전체 생존율도 69.1% 대 31.9%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비교적 젊은 환자가 많아 치료 후 긴 생존 기간 삶의 질 관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방사선 치료에 따른 구강 건조, 수술에 따른 연하곤란 등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치료 전후 다학제 접근이 강조되며, 조기 연하재활, 치과·영양·갑상샘 기능 관리, 심리 지원을 포함한 ‘생존자 관리 경로’ 표준화 논의도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HPV 백신 정책 변화…남아 국가예방접종 첫 적용
이러한 환자 구성의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부터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NIP) 대상을 만 12살 남아로 확대하는 정책을 단계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재정 문제로 우선 4가 백신이 도입되며, 9가 백신 확대는 추후 검토된다. HPV 백신은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구강·구인두 HPV 감염도 80~9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가 성중립적 HPV 백신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한국도 남녀 모두에게 9가 백신을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기 진단 또한 구인두암 관리의 핵심이다. 초기 증상이 모호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는 매년 ‘두경부암 인식주간’에 ‘3주 룰(1-for-3)’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후통, 연하곤란, 목의 혹 등이 3주 넘게 지속되면 즉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으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학회는 관련 영상, 카드 뉴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자료를 통해 일반인에게 두경부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기자 admin@no1reelsi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