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사의 ‘청년밥심’이 대학생·청년 2000명을 끌어모으며 사찰이 청년들의 새로운 마음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도륜스님은 전국 확대 계획과 불교계의 세대 변화를 밝혔다. 사진은 청년밥심 배식을 진행하고 있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스님과 이필형 동대문 구청장.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가 대학생·청년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청년밥심’ 61번째 행사를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청년들의 새로운 ‘마음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4일 오
릴게임사이트 전, 연화사 스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이른 시간부터 공양실에 모여 배식을 준비했고, 11시 40분이 지나자 주변 대학의 학생들이 하나둘 줄을 서기 시작했다. 11시 50분 배식이 시작되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도륜스님은 “편안히 먹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가라”, “천천히 먹고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며 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바다이야기오리지널 경희대생 A 양은 “청년밥심을 진행할 때마다 꼭 신청해 온다”며 “처음엔 사찰에서 밥을 먹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젠 스님들과 대화를 나눌 만큼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외대생 B 군도 “혼자 왔다가 이제는 여자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까지 생겼다”며 “사찰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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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심의 계기…유튜브 통한 소통으로 시작
청년밥심 배식을 준비하는 연화사 스님들과 자원봉
릴게임황금성 사자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얼마 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신임대표이사에 취임한 도륜스님은 청년밥심의 계기를 청년들과의 유튜브 소통이라고 전했다. 그는 “전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이사셨던 묘장스님이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청년들과 많은 소통을 이어갔다”라
릴게임갓 며 “이들 중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바쁜 학업 일정에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당시 묘장스님은 이런 대학생들과 청년들에게 매일은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연화사에서 점심을 제공하자고 제안했고 이는 곧 청년밥심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청년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대학교 주변 사찰들이 청년밥심 프로그램에 동참했다고 한다.
도륜스님은 “묘장스님이 청년들과 소통을 많이 한 덕분에 이런 사업들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하려 노력했다”라며 “밥 한 끼 제공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청년들의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사찰도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청년들에게 공동체나 연대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청년밥심의 목표다”라고 전했다.
2024년부터 시작한 청년밥심…1년만에 최대성과는 바로 ‘이것’
연화사 공양실을 꽉 채운 청년밥심 신청 대학생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청년밥심은 2024년부터 연화사부터 시작해 홍대선원, 상도선원, 개운사 등 4개 사찰까지 합류해 총 60회 이상 진행됐다. 신청자 수는 약 2000명으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도륜스님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청년들이 사찰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큰 성과”라며 “많은 청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사찰이 이렇게 따뜻한 곳인 줄 몰랐다’며 소감을 전하며 느껴지던 불교에 대한 인식이 한층 부드럽고 친근하게 바뀐 것도 성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찰이 이 나라 청년들이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 공감하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제는 노년층만 사찰을 찾는다는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아 다행”이라고 전했다.
엄격한 사찰식이 아닌 청년들에게 맞춰진 ‘가족같은 밥’
고기는 없지만 청년들을 타겟으로 재정비한 청년밥심 식단.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도륜스님은 묘장스님이 시작한 청년밥심을 더 크게 이끌어갈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묘장스님께서 청년밥심의 첫걸음을 내딛으셨다면 저는 그 뜻을 꾸준하고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청년들의 호응이 늘어나면서 ‘이 좋은 사업을 더 많은 지역의 청년들에게 전달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도륜스님은 딱딱하고 엄격한 불교체계에 맞춘 사찰음식이 아닌 청년들이 선호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배식하면서 청년들의 반응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사찰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청년들의 입맛을 고려한 맞춤형 사찰식을 한 끼 제공하고 있다”며 “건강과 맛을 같이 챙길 수 있고 가족들이 먹는 것 같은 식사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청년밥심,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청년밥심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들과 시민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도륜스님은 청년밥심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청년밥심을 불교계의 지속 가능한 청년 지원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대학가 주변 사찰들과 지방의 주요 거점 사찰들까지 청년밥심 프로젝트에 합류해 전국적으로 청년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면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요즘 청년들은 내면의 고민이 끊이질 않고 이런 고민을 담고 있으면 어려움을 끊어내질 못한다”라며 “여기 와서 밥 한 끼하고 스님들과 고민 상담도 하고 하는 게 우리들이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스님들도 이를 위해 사찰을 엄격하고 닫혀있는 부분이 아닌 열려있는 공간으로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프로그램의 증가…불교계의 파격적인 내부변화인가
식사를 하면서 도륜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청년밥심 외에도 사찰 기반 연애 프로그램 ‘나는 절로’를 운영하는 등 청년 대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찰의 엄격함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발도 있었지만, 젊은 스님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도륜스님은 “전통 행사들은 노년층 중심이라 딱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청년들을 위한 문화상품이 필요하다는 내부 논의를 바탕으로 기획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첫 시도는 실패했다. 기존 사찰 행사의 엄격한 분위기를 유지한 프로그램은 청년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기획팀은 TV 연애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복장도 캐주얼하게 바꾸고, 사찰 자체를 ‘만남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며 지금의 ‘나는 절로’가 탄생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 용기내어 와라
도륜스님은 “취업난·경기 침체 속에서 청년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전통적으로 종교와 복지기관은 사회가 놓치는 지점을 채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 또한 자기 내면에 고민을 담아두면서 자신을 구석으로 몰지 말고, 사찰로 나와 우리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며 “마음을 나누다 보면 같이 나아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코 혼자가 아니니 용기를 내어 소통하러 절로 오라”고 강조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