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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경기 성남시 본교 교정의 광장에 자리한 학교 상징 캐릭터 ‘무한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이 총장은 “미래 세대인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응원하기 위해 형상화한 조형물”이라며 “첨단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운 ‘fun 캠퍼스’를 지향한다”고 했다. 문호남 기자 인터뷰=장재선 부국장(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정리=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조쌀하다’라는 우리말이 있다. 늙었어도 얼굴이 곱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나이가 많은 이를 상찬할 때 쓰는데, 이길여 가천대 총장에겐 비례(非禮)일 듯싶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 앞에서 93세라는 나이를 헤아리는 것은 무람없는 짓이다. 이릴게임다빈치
총장이 작년 5월 학교 축제에서 ‘말춤’을 추는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그 춤사위는 자신의 건강을 과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다. 그걸 이번 인터뷰(서면에 이어 지난 9일 대면)에서 절감했다. 지난 2012년 그가 미국 뉴스위크지로부터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던 걸 계기로 만난 적이 있무료머니릴게임
다. 가천대 캠퍼스(경기 성남시)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지나가던 학생들이 “와, 총장님이다!”라며 달려들어 놀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캠퍼스 광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몰려들어 이 총장을 에워쌌다. 그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신난 얼굴로 셀카를 함께 찍고 싶어 했고,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일일이 응대했다. 연초록이 올애강리메텍 주식
라오는 나무들처럼 싱그러운 청년 대학생들이 마냥 사랑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로써 알 수 있었다. 아호가 ‘가천(嘉泉·아름다운 샘)’인 교육자답게 그가 젊은 나무들을 위해 마르지 않는 샘물 역할을 하고 있음을. ―어린 학생들과 여전히 잘 소통하시더라. 그들을 ‘홀리는’ 비법이 있나. “그냥 좋아한다. 사랑스럽다. 축제나 졸업식에 가면 학생들이 달려들어, 환호성수수료무료
을 지르니 얼마나 예쁜가. 캠퍼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설렌다. 학생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달되는 것 아닐까. 캠퍼스에 ‘학생이 왕이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학생은 항상 큰 꿈을 꾸어야 하고, 학교는 학생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취지이다. 학교 전체를 학생들을 위한 놀이판 ‘fun 캠퍼스’로 가꾸고 있다.” ―2025학년도 대입 수시 지증권왕
원에서 가천대가 8만4031명으로 전국 대학 중 1위를 기록했다. 예상했는가. “기대했다. 그래도 결과가 너무 좋아 놀랐다. 그 전해엔 2등이었는데, 만 명이 더 늘어 압도적으로 1등을 했으니까.” ―가천대 인기는 서울 인근이라는 위치도 작용할까. “굉장히 중요하다. 위치가 너무 좋은데, 옛 경원대는 전국 100위권에 못 들었다. (지난 2012년 경원대와 가천의대 등을) 통합할 때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내가 그랬다. 이 좋은 자리에서 학교가 발전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정년 퇴임할 때 무슨 낯으로 학생들을 보려 하느냐. 그 이후 내가 교수들을 많이 괴롭혔다. 고맙게도 지금은 교수님들이 솔선해서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노력한다. 단식 투쟁하며 통합에 반대했던 교수들이 몇 년 전부터 퇴임하기 시작했는데, 떠나면서 그런다. 이런 학교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그분들에게 그때 반대 안 했으면 5년 더 앞서갔다고 내가 농담을 한다(웃음).” ―학교 발전전략의 하나가 ‘BBC’라고 하던데. “BBC란 바이오(Bio), 2차전지(Battery), 반도체(Chip)를 의미한다. 세계 최초로 반도체 단과대학을 세웠다. 2차전지, 바이오 분야의 학부와 대학원 정원을 합치면 전국 대학 중 1위 규모이다. 작년 교육부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 사업,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특성화대학원 사업 선정 등으로 공인받았다. 우리 대학을 국내외 빅테크 기업 인재 공급의 파이프라인으로 키우는 것이 꿈이다.” ―국내 최초로 외국인 유학생만의 ‘국제대학’을 열었다. 1960년대에 미국 유학을 다녀왔던 분으로서 감회가 컸을 텐데. “정말 그랬다. 그 시절, 가난했던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해외 유학을 간다는 건 대단한 결단이 필요했던 일이다. 그런 내가 이제, 외국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이다. 지난달 첫 입학생 580명을 맞았는데, 오는 9월 학기에 400여 명이 더 들어온다. 유학생들이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배우고 첨단 학문을 익히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는 글로벌 화두인 챗GPT 등 인공지능(AI)에 관심이 많았다. AI 진화를 인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새 기회로 받아들이며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융합을 강조했던 고 이어령 선생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종종 식사를 함께하며 인생과 철학, 문학과 역사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지금도 그 대화들이 그립다.” ―이태훈 길의료재단 의료원장과 최미리 가천대 수석부총장과의 주말 콘퍼런스는 지속하시나. “이어가고 있다. 둘은 조카 부부여서 가족인 동시에 가천길재단의 양대 축인 병원과 학교를 이끌고 있는 책임자들이다. 보통 토요일 오후쯤, 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한 후 차 한 잔을 나누며 시작했는데 콘퍼런스가 됐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시야로 미래를 바라볼지 고민을 함께하는 시간이어서 정말 값지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여성이 대학(서울 의대)에 진학하고 유학까지 갔다. 모친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하셨는데. “어머니가 신문화를 빨리 받아들이신 듯싶다. 농사짓는 시골(옛 전북 옥구군 대야면)에서 검정 통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으셨다. 서울 이화여전 학생들이 그랬던 것을 어머니가 하신 거다. 가무를 좋아하셔서 꽹과리 치는 것은 전문가 수준이었다. 혼자서 만주를 두 번이나 가셨다. 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상하이에 가보고 싶어 하셨는데, 훗날 내가 거기 갔을 때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 어머니를 회억(回憶)하는 그의 얼굴이 소녀처럼 발가우리해졌다. 90대의 원로에게도 모정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본향이었다. ―평생 독신이셨는데 단 한 번 로맨스가 있었다고 하셨다. 미국 유학 시절, 그 훤칠한 교포 남자의 청혼을 왜 거절했나. “내가 꼭 돌아오겠다고 (이길여산부인과) 환자들과 약속을 했잖은가. 내가 미국에 간다니까, 한 달 전부터 매일 밤 환송 잔치 겸 눈물바다가 됐다. 미국 생활 4∼5년 되니 그들과의 약속이 자꾸 떠오르더라.” ―그 후 그 남자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나. “그렇다. 헤어지고 2주 후, 그러니까 귀국하기 일주일 전쯤 전화가 왔는데 내가 울었다. 그걸 생각하면 좋아했던 것 같다.” ―교육자이자 의사로 평생 사셨다. 의·정 갈등 사태가 누구보다 안타까우셨을 듯싶다. “나는 작년, 의대생들에게 수업 복귀를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6·25전쟁 때도 책을 놓지 않았다. 배움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춰서는 안 된다. 정부와 대학, 의료계 선배들이 지혜를 모아 해법을 마련하고 학생들은 학업이라는 본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흔들림 속에서도 기본을 지키는 자세가 결국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나라의 정국이 유독 어지럽다. 국운이 쇠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더라. “나는 우리 한국인의 위기 대처 역량, 잠재력을 믿는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희망이다. 우리 청춘들이 이미 과학기술,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빛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기성세대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이 밑바탕이 되었다.” 그는 대선과 관련한 발언은 삼갔으나 원론적인 소망을 피력했다. “지도자는 도덕, 학문, 인간성 등에서 여러모로 매력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이의 롤모델이 되는 분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이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신영준 전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가천대 배터리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임명하며 당부했던 말을 전했다. “당신과 내가 이만큼 성공한 것은 일에 열중한 덕분이지만, 주변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6·25전쟁 때 나라를 구하려고 전쟁터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남학생들에게 평생의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그게 있을 거다. 그걸 사회에 갚아야 한다. 내가 66세에 이 학교에 왔는데, 80 되면 총장 그만두려 했다. 80도 너무 노인처럼 보였거든. 그런데 나이와 함께 의무감도 쌓이더라. 내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편하게 놀면 좋겠지. 그러나 결과적으로 세상에 손해를 주는 것 아닌가. 힘이 닿는 데까지 일할 의무가 있다. 당신과 나는 학교에서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장재선·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