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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많은 사람을 고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죠." 협력은 한국사회투자 활동의 핵심이다. 주로 대학으로부터 공동 연구 등 인력 지원을,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다. "카이스트, 연세대, 이화여대 등 전국 18개 대학과 협 원금균등분할상환방식 약을 맺고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를 하거나 투자 기업 선정에 필요한 기술 평가를 지원받아요." 대기업들은 주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를 한다. 이렇게 기부 받은 돈은 사회적 스타트업의 투자금이 된다. "하나금융그룹, SK이노베이션, 무신사 등 30여곳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스타트업에 투자했죠. 우아한형제들은 기부를 통해 사회서비스펀드에 연장근로수당 참여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부금은 건강관리 사업에 들어갔어요." 해외에서도 기부를 받는다. 해외 기부자 중 대표적인 곳이 아시아벤처필란트로피네크워크(AVPN)다. AVPN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그의 전 부인 멜린다가 만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샤넬 재단 등에서 기부를 받아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지원 캐피탈신용대출상품 한다. "AVPN이 진행한 여성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어요.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국내에서 돈을 버는 해외 기업들은 긍정적 인상과 믿음을 주기 위해 한국사회투자에 기부한다. "메트라이트생명 사회공헌재단, 글로벌 코카콜라재단, 폭스바겐코리아 등이 기부를 했어요. 글로벌 코카콜라재단은 패트병 쓰레기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했어요." 그렇다면 대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무엇이 다를까. 이 대표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연간 사회공헌 활동에 들어가는 돈이 1조3,000억 원 입니다. 주로 일시적으로 문제 악화를 막는 쪽에 쓰이죠. 그러나 한국사회투자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요. 파급력 있고 지속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하죠." 핵심은 촉매자본 한국사회투자의 투자 규모는 민간 공익법인으로는 국내 최대다. "지금까지 1,400개 스타트업에 700억 원 이상을 지원했어요." 주로 투자하는 곳은 인공지능(AI) 등 기술 스타트업이다. "투자한 곳의 80%가 기술 기업이죠. 세상에 꼭 필요한데 투자를 받지 못한 기술에 관심이 많아요. 혁신성이 기술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에요. 기술을 활용한 기후 문제 해결, 노령화와 1인 가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 서비스 개발 등을 주목해요." 이런 기술은 개발에 오래 걸린다.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 많은 수익을 내야 하는 일반적인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 그만큼 긴 호흡으로 오랜 시간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런 투자를 이 대표는 촉매 자본이라고 부른다. 후속 투자를 위해 물꼬를 터주는 역할이라는 뜻이다.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에 투자가 이뤄지도록 촉매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사업성에 상관없이 맹목적인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망하거나 성장하지 못할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아요. 회사가 망하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힘드니까요." 각종 민간단체(NGO)와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활동한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사회가 바뀌어야 개인의 삶도 바뀐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그는 "기술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임팩트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동균 인턴기자 앞 못 보는 장애인 위한 안경 개발 등 이색 스타트업 발굴 이 대표는 투자한 곳 중 인상적인 스타트업 몇 곳을 꼽았다. 이 가운데 아바타를 이용해 상담하는 정신건강 관리앱을 개발한 야타브엔터는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처음에 이들을 믿지 않았어요.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표정, 태도, 자세 등 여러가지 중요한 신호들이 전달되는데 아바타로는 이런 것을 느낄 수 없어요. 그래서 반쪽짜리 앱이라고 생각했죠. 이런 문제를 지적했더니 상담자와 내담자의 표정을 인식해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아바타에 적용했어요. 상담자가 찡그리면 아바타도 찡그리고 울컥하면 아바타가 눈물을 흘려요.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을 바꿔 투자했죠." 잼잼테라퓨틱스는 뇌 손상으로 인한 뇌병변장애 아동의 재활을 돕는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했다. "뇌병변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비싸요. 30분 치료 받으려면 두 달을 기다려야 하고 골프강습보다 비싸요. 잼잼테라퓨틱스 덕분에 뇌병변장애 아동들이 집에서 간단하게 스마트폰으로 재활할 수 있게 됐죠.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하려는 넥슨의 게임개발자들이 창업했어요." 웍스메이트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앱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건설 노동자 출신이 창업한 웍스메이트는 일용직과 대기업의 건설현장을 연결해 주는 앱을 만든 곳이에요. 이를 이용하면 필요한 노동자를 적절한 자리에 연결해 주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새벽마다 인력시장에 나가 줄을 설 필요가 없어요. 일이 끝나고 30일 후 지급하는 일용직 일당도 금융기술(핀테크) 업체와 협력해 선결제로 당일에 받을 수 있어요." 투아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AI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을 만든다. 안경을 쓰면 눈 앞 상황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안경이다. " 구글이나 메타에서 만드는 스마트 안경의 10분의 1 가격이에요. 내년 상반기 출시가 목표죠." 올해는 투자 수확기 이런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찾을까. 많은 스타트업이 찾아오도록 각종 공모전 등 연간 10개의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양에서 질이 나온다고 믿어요. 혼자서 연간 1,500개 스타트업을 검토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을 살펴보죠." 투자 대상 선정은 서면 평가와 외부 전문가의 대면 평가 심사를 거친다. 선정되면 전문가들이 내부 경영진단을 하고 필요한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팀이 구성돼 지원한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곳에는 투자자까지 연결해 준다. "선정부터 투자자 연결까지 7~8개월 걸려요." 그렇다면 성적표는 어떨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는 수익 내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투자 회수 성공률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본격 투자한 것이 4년 정도 되는데 2건을 회수했고 회수를 앞둔 것이 5건 있어요. 3곳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죠. 투자액 대비 3배수로 회수했으니 괜찮은 성적이죠. 올해가 수확이 시작되는 원년이에요." 정부 지원은 거꾸로 줄어 아쉬운 것은 해외와 달리 임팩트 투자에 대한 국내의 낮은 관심이다. 특히 정부 규제 때문에 대기업들이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다. "대기업이 만든 재단이나 공익법인에서 정관을 바꿔 임팩트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정부에서는 비자금 조성 등을 우려해 임팩트 투자를 허용하지 않아요. 투자가 어떻게 사회공헌활동이냐는 시각이죠. 그 바람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요. 임팩트 투자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열어줄 필요가 있어요."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재단을 통해 임팩트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기업들이 아예 임팩트 투자를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봐요. 특히 미국의 벤처투자사들은 한국 기업에 투자할 때 미국에서 어떤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 즉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지 물어요." 따라서 정부가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보건복지부나 노동부 등이 앞장서 임팩트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 안에 사회서비스 펀드가 있는데 복지부가 올해는 아예 예산배정을 하지 않았어요. 관련 예산이 재작년 100억 원, 지난해 50억 원에서 올해 0원이 됐죠. 정부가 먼저 예산 배정을 해서 마중물을 열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모두 민간 투자만 이뤄지고 있어요. 정부 예산은 줄고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길까지 막아 놓았으니 문제죠." "사회 환경이 바뀌어야 개인의 삶도 달라진다" 원래 이 대표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화여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것도 인권 변호사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법고시 위주의 공부에 실망해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다시 공부했고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에 유학을 갔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 사단법인 나눔 인터내셔널, 글로벌비전과 국제노동기구(ILO), 글로벌발전연구원 등 NGO와 국제기구에서 주로 일을 하다가 2017년 한국사회투자에 들어갔다. "개발도상국의 사회복지사를 파견하는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방글라데시에 파견을 갔어요. 그때 방글라데시는 어려운 사람에게 소액을 빌려주고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액 대출 사업을 했어요. 거기서 시장을 기반으로 사람이 자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복지 활동도 시장을 바탕으로 선순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회적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의 삶도 바뀌지 않아요." 앞으로 그는 해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15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임팩트 펀드를 연말까지 만들어 초기 임팩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해외에도 내보낼 계획이다. "영국 런던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벤처투자사와 손잡고 국내 임팩트 스타트업을 유럽 및 중동 지역에 진출시키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