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생성한 이미지. [챗 GPT]
국내 체류 외국인이 273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은행들이 외국인 고객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국인 시장이 포화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외국인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은 송금·대출뿐 아니라 유학생 플랫폼, 다국어 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는 모습이다. ◇시중·지방은행, 외국인 전용 서비스 경쟁 '활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 다양한 고객군을 겨냥한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험 연계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7월 삼성화재와 협약을 맺고 출국만기보험, 귀국비
정부학자금대출기금 용보험, 상해보험을 KB스타뱅킹 앱에서 조회·청구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또 해외송금 서비스 'KB 퀵 샌드' 지원 국가를 47개국으로 확대하며 외환 거래 기반을 넓혔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근로자 대상 대출과 카드 상품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시한 'SOL 글로벌론'은 3개월 연속 급여를 수령한 외국인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으며 최대
창원 아파트 전세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또 은행 정기예금을 담보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예금담보 신용카드' 서비스를 내놓아, 신용 이력이 부족한 외국인 고객도 다양한 카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하나은행은 '하나(Hana) EZ 다국어채팅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기존의 챗봇 방식이 아닌 실제 상담원이 번역 솔루션을 활용해 9개국 언어로 상담을
가계기업대출 시작했으며, 순차적으로 16개국 언어까지 확대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전용 대출 '하나 외국인 EZ 론(Loan)'을 출시해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외국인 전용 적금 '하나 더이지(Hana the EASY) 적금'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전용 플랫폼을 열었다. 지난달 30일 외국인 전용 앱 '우리WO
디딤돌전세대출 N글로벌'에 '유학생 커뮤니티'를 새롭게 선보여 금융 기능과 함께 생활·문화·교육·인턴십 정보를 한 화면에서 제공한다. 외국인 유학생 플랫폼 'K-캠퍼스(campus)'와 제휴해 대학별 뉴스, 인턴십 정보, 한국 생활 리뷰 등을 연결했고 총 17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기능과 상담 연계도 갖췄다. 농협은행은 'NH K-외국인신용대출'을 출시했다. 국내 체
즉석복권 류자격(F-2, F-5, F-6, E-7, E-9)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며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달에는 외국인 전용 브랜드 'NH 글로벌위드'를 런칭해 통장·적금·체크카드 패키지를 내놓았다. 농협은행은 향후 외국인 특화 점포에 다국어 통번역 솔루션을 도입해 창구 상담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지방은행들도 외국인 고객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산은행은 삼성화재와 협력해 모바일뱅킹에서 외국인 전용 보험을 확인하고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13개 영업점에는 다국적 외국인 서포터즈를 배치했다. 경남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금융사기 예방·자산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거제지역에서는 일요일 이동점포를 운영해 금융 접근성을 높였다.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 '새 성장 동력' 급 부상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이유로는 내국인 금융시장의 성숙이 꼽힌다. 내국인 금융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 수익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위주의 비즈니스 구조는 수익성을 키우기 어렵고, 디지털 전환과 경쟁 심화로 마진 폭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은행들은 기존 내국인 시장만으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 고객층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3만279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200만명대까지 줄었던 외국인 인구는 2023년 251만명, 2024년 265만명을 거쳐 빠르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단순 송금 수요에 머물던 외국인 금융 활동이 신용카드, 대출, 투자, 자산관리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크다. 정책·제도 변화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모바일 외국인등록증을 활용해 계좌 개설과 금융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비대면 서비스 중심의 외국인 금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실물 등록증 확인이 필수여서 절차가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모바일 인증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홍용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무적 제약을 해소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금융포용 확대뿐 아니라 기업의 외국인 근로자 유치 여건 개선과 금융산업의 고객 다변화 및 수익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제도 보완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금융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